y-1제5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으로 고려의대 한희철 교수가 취임했다. 지난달 23일 열린 KAMC 이사회에서 한 교수는 전 의대학장으로는 처음으로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기초의학자이자 학장 출신인 한 교수는 KAMC를 우리나라 의료계 단체들의 중심에 서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현안에 따라 각기 제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KAMC가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또한 기초의학 분야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커질 수 있도록 밑거름을 쌓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앞으로 2년간 KAMC를 이끌게 된 한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 이사장 취임을 축하한다. 전직 학장으로는 최초로 KAMC 이사장이 됐는데 소감은.
어깨가 많이 무겁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고 학장 경험도 있는 사람이 협회를 이끌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이런 기회를 열어 준 것 같다. KAMC는 의학교육의 핵심이자 가장 깨어 있는 집단이다. 의학계와 정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사회가 원하는 의사의 역할을 정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논의하면서 우리나라 의학 발전의 기초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고 싶다.

– 앞으로 KAMC 운영 계획은.
우선 강대희 전 이사장의 노고를 높게 평가하고 싶다. 강 전 이사장의 노력으로 (한국의과대학장)협의회에서 협회로 발돋움할 수 있었고, 특히 일반교수와 전직 학장 등에게까지 문호를 열며 명실상부 의료계를 대표할 수 있는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생각한다. 현재 의료계에는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등 많은 단체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 단체들이 한목소리를 내게끔 누가 이끌고 있나. 그 중심 역할을 누가 할 것인가. 의협이나 병협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힐 때가 많아, 본연의 길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KAMC는 의사들이 가야할 올바른 길과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교육적인 분야에서의 활동 계획도 궁금하다.
지금까지 해왔던 교육적 역할을 한층 강화할 것이다. 먼저 사회에서 요구되는 의사상을 정립할 수 있도록 여러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적극 반영할 것이다. 또 사회 변화에 따른 교육의 변화를 고민해 실력 있는 의사를 지속적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미국 AAMC(미국의과대학협회)의 활동을 벤치마킹할 계획이다. AAMC는 미국 의료계에서 의학을 선도하는 집단으로 굉장히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은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KAMC가 한국 의학의 개척자‧선도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임기 중 중점적으로 추진 또는 강화코자 하는 부분은.
한국의학교육학회와 함께 의학교육이 보다 진취적이고 효율적으로 변화하게끔 추구할 것이다. 또 의대 교육과정 속에서 의과학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방안 마련도 고민하고 있다. 전공자가 계속 갈고 닦지 않으면, 그 학문은 발전하기 힘들다. 하지만 현재는 의학 발전보다는 의료의 발전, 기술의 발전이 주가 된 상황이다. 대학원의 발전 방향을 모색해 의학연구 활성화를 도모하고, 더불어 의학 교육도 더욱 내실을 다질 것이다. 예과 교육 정상화를 위해 각 대학들이 노력하고 있는데, 협회도 방안을 마련해 지원할 방침이다. 또 개발도상국의 의학교육 지원은 한국 의학교육의 국제적 위상 강화를 위해서라도 중요한 임무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안정적인 협회 운영을 위해 재원 마련을 위한 노력도 함께 할 것이다.

– 앞으로 의학교육은 어떻게 변화‧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 동안의 의학교육은 ‘어떻게 하면 더 쉽게 가르칠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100세 시대, 인공지능, 유전자 치료, 맞춤의료, 빅데이터, 원격진료 등이 대두하고 빠르게 변하고 있는 사회를 의대가 잘 따라가고 있냐고 반문해보면, 한참 부족한 게 사실이다.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출 수 있는 의사를 육성하려면 의학 교육도 변화해야 하고,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 기존 지식을 활용하는 데만 몰두하지 말고 새로운 지식 창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앞으로 KAMC는 ‘사회는 어떤 의사를 요구하는가’, ‘이에 맞는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선제적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기초의학자를 지원하고,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개선된 바는 적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개인적으로도 기초 의학 연구를 하면서 어려운 점이 많았다. 특히 연구비 부분이 그랬다. 타 학문과 연구비 경쟁에서 밀리고, 심지어 정부 연구비가 없어지는 일도 다반사였다. 기초 의학은 정부에서 보호‧육성해야하는데 그런 개념이 없다. 기초의학자들이야 말로 의학의 최전선에 서 있다. 임상에 있는 의사들도 환자를 돌보는 노고가 있지만 이는 연구를 통해 밝혀진 안전한 방법으로 환자들을 치료하고 돌보는 것이다. 하지만 기초 연구를 하는 의사들은 그 안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연구한다. 하지만 의료계 안에서조차 누구도 그 역할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런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일단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투자 없이는 결과도 없다. 노벨상 시즌이 되면 ‘누가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만 이야기하는데, 그보다 ‘왜 우리가 노벨상을 받지 못할까’를 고민해 봐야 한다. 기초 학문에 대한 잘못된 시각도 바꿔야 한다. 연구를 연구로 자체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산업화 도구로 생각하고 있다. 임기 동안 이런 부분에 대해 정부 관계자 등을 만나서 논의하고 개념을 바꿔 나가겠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의학 관련 단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가장 아쉬웠던 점은 단체들 간의 소통 부족이었다. 의료 단체들이 중심을 잡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은 많은데, 소통이 부족하니 오해만 쌓이고 현안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았다. 외부기관과도 마찬가지였다. 의료계 내의 소통, 의료계와 사회와의 소통이 더 활발히 이뤄졌으면 좋겠다. 소통을 통해 의사들도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적 역량을 발휘했으면 한다.